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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저도 처음엔 몰랐어요” 사회복지사 5급 연봉받는 이색 직업

  • 2019-08-22 11:57
  • 실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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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도서를 점자로 번역해
시각장애인용 도서 제공
‘시각장애인을 세상 속으로 이끄는 안내자’ 역할

시각장애인들도 책을 본다. 눈이 보이지 않기에 책이 더 소중하다. 물론 일반 책을 볼 수는 없다. 이런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도서를 만드는 이들이 있다. 점역사다. 일반 문자로 쓰인 인쇄물을 점자로 번역한다. 점역사가 만든 책을 통해 시각장애인은 지식을 쌓고 세상과 소통한다. ‘점역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번역가’라고 말하는 6년차 점역사 도윤희씨를 만났다.

-본인소개를 해달라.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디지털도서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도윤희다. 점역사로 일한지 6년정도 됐다. 수학을 전공해 수학 점역사로 근무하고 있다.”

도윤희 점역사가 점자도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도윤희 점역사 제공

-점역사에 대해 소개해달라.

“점역사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일반도서를 점자도서로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번역가다.”

◇ “처음에 잘 몰랐지만…이제 점역사란 직업 뿌듯해”

-점역사란 직업을 가진 계기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기 전까지 점역사란 직업이 있는지 몰랐다. 대학 때 수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수학학원 강사로 일했다. 결혼과 출산으로 일을 잠깐 쉬었다.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다른 직업을 찾다가 실로암시각장애인 수학 점역사 채용 공고를 봤다. 예전부터 복지관에서 일하고 싶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운좋게 합격했다. 일을 할수록 보람있고 가치있는 직업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과정을 거쳐야 점역사로 일할 수 있나.

“우선 점역·교정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점역사 자격증과 교정사 자격증을 합쳐 점역·교정사 자격증이라고 한다. 국어, 영어, 수학·과학·컴퓨터, 음악, 일본어 5과목을 본다. 급수는 1급부터 3급까지 있다. 국어 과목 취득 시 3급, 국어 포함 두 과목 취득시 2급, 국어 포함 세 과목 취득 시 1급이다. 1급을 취득하려면 영어 과목이 필수다. 급수가 높아지면 해당 과목 관련 도서를 점역 할 수 있다. 나는 국어, 영어, 수학·과학·컴퓨터를 취득했다. 음악 전공자는 국어, 영어, 음악 등을 취득한다.

점역사는 보통 시각장애인 관련 기관에서 일한다. 기관마다 점역사 채용 조건이 다를 수 있다. 어떤 기관은 경력직을 채용하거나 점역·교정사 3급 소지시 우대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프리랜서 점역사도 있다. 다만 점역사로서 일을 배울 수 있는 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관련 기관에서 경력을 쌓은 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점역˙교정사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아도 입사할 수 있다. 입사 후 점자 및 점역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복지관 내 점역 전문가도 많아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쉽게 취득할 수 있다.”

-어떤 소양을 갖추면 좋을까.

“필수 전공 분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점역 도서 관련 분야를 잘 알면 좋다. 예를 들어 나는 수학을 전공해 수학 관련 도서 점역 시 보다 전문적인 설명을 덧붙일 수 있다. 음악과 같은 예체능이나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전공한 점역사도 마찬가지다. 또 책을 좋아하거나 사회복지에 관심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점역사는 책을 만들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니까.”

-점역 작업 과정을 설명해달라.

“일반도서는 한장씩 스캔한다. 그 다음 글자 추출 프로그램으로 글자를 추출해 한글 프로그램에서 오탈자를 교열한다. 스캔 시 숫자 1과 영어 I, L처럼 비슷한 글자가 깨지기 때문이다. 교열한 파일을 점역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점자 파일이 만들어진다. 그 후 점자 규정에 맞게 다시 수정한다. 마지막으로 시각장애인 교정사가 교정한다.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읽었을 때 틀린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교정 작업을 마치면 점자도서로 출력한다. 요즘은 전자 리더기가 있기 때문에 전자 파일로 바로 제공하기도 한다.

음악 악보나 수학 교재는 점역 프로그램으로 정확히 점역하기 힘들다. 점역사가 원본 도서를 보고 점자 규정에 맞춰 직접 입력한다. 그림, 도표, 그래프 등을 점역 할 때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말로 풀어 설명한다. ‘x축에는 어떤 수치가 있고, y축에는 어떤 수치가 있다.’ 이런식으로. 아니면 점자 그림 프로그램으로 직접 그리기도 한다.”

수학 문제집을 점역하는 모습./도윤희 점역사 제공

-점역 교재 선정 기준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이용자가 신청한 도서 위주로 점역한다. 한 분이 그 책을 원해도 점역한다.  또 복지관 내 장학금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므로 장학생이 공부 시 필요한 교재를 점역하기도 한다. 요즘은 대학교재는 물론이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시각장애인이 늘어나 공무원 수험서도 점역한다.”

-점역 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은.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점역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반도서 속 그림, 그래프, 표 같은 시각자료는 설명이 부족하다. 따라서 점역시 시각장애인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써야한다. 내 일이 많아지더라도 시각장애인이 점자도서를 읽으면서 불편한 부분이 없도록 점역해야 한다.”

-한달에 몇 권 정도 점역하는가.

“대중없다. 두께가 얇은 책은 2~3주 걸린다. 700페이지짜리 통계학 책은 1권 점역하는데 3개월 걸렸다. 페이지 수가 많고 어려운 수식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 가치 있는 일을 택했다. 수입은.

“나는 복지관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사 호봉표에 준하는 월급을 받는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사회복지사 5급 기준으로 받는다. 2019년 사회복지사 5급 1호봉은 2041만원 정도다. 호봉은 1년 단위로 오른다. 맹학교나 점자도서관에서 근무해도 비슷하게 받는 거 같다. 다만, 프리랜서 점역사는 자신이 점역한 페이지 혹은 권 수만큼 받는다.”

◇ “여전히 시각장애인 위한 점자도서 부족해”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최근 음악재활센터 음악점자 교실을 진행했다./'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 캡처

-가장 보람있는 순간은.

“시각장애인은 점자 도서 한권이 시험준비나 문화생활을 위해 간절하다. 점자도서를 제작할 때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책  덕분에 시험을 잘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등 인사를 받는다. 그때 가장 뿌듯하다. 한편으론 어깨가 무겁다. 우리가 제작하지 않으면 시각장애인은 책을 읽을 수 없으니까.”

-점역 분야 문제점이 있다면.

“과거에 비하면 점자도서가 증가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여전히 더 많은 점자도서를 필요로 한다. 그들의 지식 욕구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이용자를 포함해  많은 시각장애인이 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길 원한다. 따라서 점역 대상도 일반 소설뿐만 아니라 공무원 수험서, 전공서적, 외국어 서적 등 다양해졌다. 특히 수험서는 매년 출시 경향이 달라져 그때마다 점역해야 한다. 문제는 점역 작업이 오래 걸리고, 제작 인력도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여전히 더 많은 점자도서가 필요하다. 관심 부탁드린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에서 후원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