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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바리스타는 나의 천직

  • 2019-08-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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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 시내에 있는 자신의 직장 CAFE MORE 주방 안에서 얀즈마가 커피를 내리며 손님과 대화하고 있다. 몽골. 2019.  ⓒ임종진

울란바토르 시내에 있는 자신의 직장 CAFE MORE 주방 안에서 얀즈마가 커피를 내리며 손님과 대화하고 있다. 몽골. 2019. ⓒ임종진

 

처음부터 그녀에게 마음이 쓰였다. 앞을 보는 데 어려움이 있는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주변을 화사하게 만드는 그녀의 호탕한 웃음이 먼저 내 마음을 기분 좋게 흔든 탓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얀즈마’. 올해 서른세 살인 그녀는 몽골사람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한 후 가만히 그녀를 살폈다. 느릿하지만 집중력이 돋보였다. 커피머신을 다루는 솜씨는 달인처럼 익숙했다. 불필요한 동작이 없는 그녀의 움직임은 차분하면서도 막힘 하나 없이 섬세했다. 주문을 받을 때마다 주저하거나 서두르는 법 없이 내내 자신의 일을 즐기듯 수행했다. 자부심 가득한 몸짓에 정성까지 더해진 커피는 맛도 훌륭했다. 

얀즈마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변호사가 되려는 꿈은 시각장애라는 현실의 벽 때문에 이루지 못했지만 그것으로 인생 자체를 낙담하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신 많은 몽골 젊은이들의 관심 분야인 바리스타 자격과정에 도전했다. 

 

앞을 잘 볼 수는 없어도 몸이 느끼는 감각을 잘 살릴 수 있다는 판단을 믿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은 삶을 변화시켰다. 한국의 한 후원기관의 도움을 받아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울란바토르 시내의 한 카페에 정식 직원이 된 지 이제 14개월이 된 그녀는 당당하고 유쾌했다. 변호사보다 괜찮으냐는 속된 질문에 그녀는 “어느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지켜갈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행복하다”고 답해 주었다. 커피보다 맛 좋은 얀즈마의 얘기가 다시 마음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