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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태용이의 도전, 경쟁 그 이상의 뜨거움
작성자 실로암 작성일 2016-03-23 12:01
첨부파일 조회수 1164

국가대표 태용이의 도전, 경쟁 그 이상의 뜨거움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요리 직종에 출전하는 태용씨와 오석태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요리 직종에 출전하는 태용씨와 오석태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태용아! 너, 바보 아니야? 이걸 왜 이렇게 해! 이렇게 하면 어떡해?”

화난 얼굴과 실망이 섞여 찢어질 듯한 나의 목소리에 얼굴이 상기된 태용이가 “저 바보 아니예요!”, “저 바보 아니에요…….”를 몇 번이고 되풀이한다. 순간적으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용이는 현재 2016년 3월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리는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요리 직종 대한민국 대표로 훈련을 받고 있는 선수이며 나는 태용이를 훈련시키는 국가대표 정지도 위원이다.

태용이를 처음 만난 것은 2015년에 열린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선수 선발전에서였다. 선발전 심사위원장이었던 본인은 요리 직종에 참가한 선수들의 기량을 보면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선발전이 끝나고 정지도 위원으로 위촉이 되면서 선수를 훈련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되었다. 일반 전문가의 입장에 볼 때 조리기술은 짧은 기간에 습득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프랑스는 세계적인 요리의 종주국이므로 프랑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보였다. 또한 3개월간의 짧은 훈련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많은 고민 끝에 태용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조리기술을 배우는 것보다는 음식을 만드는 주방의 감각을 익히는 것이라는 판단을 하였다. 그래서 태용이를 일반 레스토랑 주방에서 훈련을 시키기로 마음을 먹고 적당한 곳을 물색하였다.

그러나 영업을 하는 일반 레스토랑에서 훈련을 목적으로, 그것도 장애인을 받아 주겠다는 곳은 찾기 어려웠다. 시간은 촉박하고 난관에 부딪친 나는 고민과 기도 끝에 일면식은 없지만 SNS에서 보았던 ‘트라토리아 오늘’ 김동기 오너셰프를 찾아가 동의를 얻고 김동기 셰프를 부지도 위원으로 위촉하였다.

또한 프랑스인 셰프를 또 다른 부지도 위원으로 합류시켜 훈련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로 하고 태용이가 그곳에서 주방보조로 업무를 시작하도록 하였다.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태용이는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져 소음과 그릇 떨어뜨림 등의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주방의 분위기를 익히고 체력을 단련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포가 지났지만 조리 실력은 제자리를 맴돌았고 남은 시간 동안 실력을 끌어 올리는 데는 한계를 느꼈다. 따라서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두는 쪽으로 마음을 비우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마음 한쪽에는 무엇인가 허전하고 채우지 못한 아쉬움 같은 것들이 계속하여 밀려들기 시작하였다.

태용씨가 대회를 앞두고 완성한 요리.ⓒ한국장애인고용공단    태용씨가 대회를 앞두고 완성한 요리.ⓒ한국장애인고용공단    

또한 태용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하는 것보다 대회가 끝난 후 계속하여 장애인으로서 살아갈 기술을 가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대회가 전부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서 국제대회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태용이가 사회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기능을 훈련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목표에 대한 초점이 바뀌니 모든 것이 달라졌다. 즉 몸에 힘을 빼고 선수와 공감대를 형성하여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소통하려고 하였다.

메뉴를 구성하고 연습 후 결과물을 다시 플레이팅하고 컴퓨터 앞에서 세계적인 셰프들이 만든 음식과 비교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태용이의 태도도 달라지고 눈빛도 변했다.

그러는 동안 변화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고 있었다. 며칠 전 태용이의 완성품을 보고 나 스스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잘했어~!’, ‘네가 최고야!’라는 말이 나왔다. 많은 변화가 완성품을 통해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태용이가 100% 완벽하게 세계적인 셰프의 능력을 갖추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가 하겠다, 해보겠다, 하는 의지와 열정을 드러냈고, 이를 통해서 결과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하게 요리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의 열정과 노력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변화되고 있다는 것에서 나오는 감사와 기쁨이었다.

지금도 “야! 너, 이걸 왜 이렇게 해?” 라는 말을 하지만 태용이의 받아들이는 태도는 처음과는 사뭇 다르다. 그의 말과 행동 속에는 왜 내가 자신에게 압박을 주는지를 이해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물론 나도 느끼고 있다. 그가 이전에 보인 수동적인 태도가 아닌 모든 일들을 능동적으로 행하려 한다는 것을.

이번 2016 프랑스 보르도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가 장애인들이 기능을 겨루고 경쟁하는 것 그 이상이라는 것은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닐 것이다.

*이 글은 ‘제9회 보르도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요리 직종 훈련지도위원인 우송대학교 외식조리학부 오석태 교수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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