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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사업 우수사례 당선작] 김호진 이용자

  • 2015-10-05 17:36
  • 실로암
  • 823


'여섯 아이 엄마'

- 김호진 이용자


 

2010 년 어느 가을날 이었다고 생각된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떤 서류가 급히 필요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난 그날 아직 돌도 채 못된 아들과 둘만 있었기에 활동보조인의 눈길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였다.


그리하여 내가 서비스 받고 있는 실로암에 전화해 오늘 하루만이라도 서비스 받을 수 있는지 요청하며 서비스 내용은 동사무소 방문과 아이를 위한 동화책 점자책 만들기 건이라 말씀드렸다.


그 당시 담당 선생님은 얼마 되지 않아 나의 일을 보조 해 줄 수 있는 분이 연결 되었다며 소식을 전해왔다.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시작 되었다. 


그분은 이미 세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내가 바라는 외유내강적 성향을 가진 한 가정의 훌륭한 어머니였다.


단 하루만의 만남 이었지만 동사무소의 일도 깔끔하게 처리해 주시고 내가 돌도 안된 아이의 그림책을 점자로 만드는 일 또한 정확 신속하게 처리해 주셨다.


그렇게 하루만의 만남이었지만 내겐 상당히 긍정적 이미지로 남아 있어 아마 그 긍정의 힘이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연의 끈으로 이어왔던 것 같다. 


우리의 두 번째 만남은 몇 달 지나지 않아 매우 추운 겨울 날이었다.


사실 그 날은 날씨가 춥기도 했지만 내 마음이 더없이 섭섭하고 내가 내린 결정에 아직도 갈등하는..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더 춥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날은 내가 근무하던 복지관에 사표를 내러 가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미리 선약을 잡아 보조인을 만났다.


나의 엉망인 마음 상태를 아시는지 그분은 내게 따뜻한 손으로 악수하며 내 아이를 직접 업어주시고는 아이 업는 느낌이 좋다고 말씀하셨다.


분명히 힘드셨을텐데, 10킬로가 넘는 아이를 업고 복지관까지 버스를 타고 길을 걸으며 걸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텐데도 나와 내 아이를 잘 돌보며 동반해 주셨다.


난 사표를 들고 소장님과 관장님을 만나 모든 일을 끝내기 까지 과연 내가 잘 결정 내린 것일까를 생각하며 내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있을 때도 그분은 나와 내 아이 모두를 조용한 손길과 눈길로 보호해 주셨다.


모든걸 마치고 그때의 내 감정을 사실대로 그분에게 말하니 그분은 인자한 미소로 “기쁨이 엄마가 잘 결정한거예요 아이는 엄마가 곁에 있어야지요 다음에 하나님께서 또 다른 기회로 문을 열어 주실거예요”라고 나에게 위로와 격려까지 아끼지 않으셨다. 


그때 그날 이후로 우린 가끔 만나 그림 동화책을 점자로 만드는 작업과 아이를 돌봐주시는 일을 보조해 가며 좋은 만남을 계속 만들어가다 내가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부터 아마도 고정적으로 오셨던 것 같다.


그 당시 보조인의 아이들이 초등부 저학년이라 우리 첫 아이와 가끔 만나 놀기도 하며 때론 아이를 집에 데리고 가셔서 함께 시간을 보내 주시며 내게 휴식을 허락하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난 또 셋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는데 관악구 봉천동 임대 아파트는 너무나 좁아 5인 가족이 살기엔 벅찬 상황이어서 평수 넓은 임대 아파트로 계속 서류를 넣다보니 현재 이사한 집인 강서구 마곡동으로 오게 되었다.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난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했었는데 그중에 내가 마음으로 의지하고 있는 보조인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너무나 막막하였다.


그리하여 내 심정을 사실대로 말씀드리자 내 사랑스런 보조인은 내가 이사를 가도 하는데까지 해 보시겠다며 내게 힘을 주셨다.


그 한마디가 그 당시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나 모른다.


사실 내가 내 보조인에게 드릴 수 있는 시간이 60시간도 채 못되는데 만약 나와의 만남을 돈으로 환산하여 생각하셨다면 이렇게까지 나의 마음이 따뜻하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에 정말 많이 감사드린다. 


이곳으로 이사와 아이들 어린이 집을 정하지 못했을 뿐만아니라 매일 와 주실 활동 보조인을 정하지 못했을 때도 내 보조인은 한결같이 내 옆에 있어 주셨다.


내가 셋째 아이를 출산했을때도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상황이 정리 되지 못하여 마음이 어수선할 때도 늘 내 곁에서 묵묵히 나를 지지해 주시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모든 것이 안정되어 내 삶이 편안해 졌지만 내가 어려울 때나 편안할 때나 늘 내 곁에서 떠나지 않고 변함없는 모습으로 계셔주시는 분이다.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우리 아이들 셋 모두가 보조인 이모를 마치 엄마를 따르듯 한 가족처럼 여기며 생활하고 있다. 


당신의 아이 셋과 내 아이 셋을 포함하여 모두 여섯의 아이를 몸과 마음을 다해 멋지게 키워낸 내 활동 보조인에게 난 오늘도 박수를 보내며 여러 가지 배울 점들을 내 것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활동보조사업 우수사례 당선작] 김호진 이용자 사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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