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세상속에 빛이 되는 실로암

  • 소통마당
  • 장애인활동지원게시판

장애인활동지원게시판


장애인활동지원게시판 게시판

[활동보조사업 우수사례 당선작] 이남기 이용자

  • 2015-10-05 17:40
  • 실로암
  • 659

'활동보조사업 우수사례 당선작'

- 이남기 이용자

 

시간 맞추어서 오죽이나 잘 오시련만 나는 문자를 보낸다. “하루가 경쾌하게 시작되네요” 하며 “몸 조심해서 잘 오십시오” 인사말을 넣는다. 언제부터인가 의지하게 되어버린 활동보조인 선생님은 내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계시며 없어서는 안되는 한 분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 내 하루의 시작은 활동보조인 선생님으로 부터 시작한다. 그러기에 항상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요즘 살만 하다.

 

수년 동안 이어진 지병과 우울증이라는 질환은 약봉지가 떨어지지 않았고, 엎친데 덮쳐 담낭제거 수술과 암 수술을 거듭하고 나니 그야말로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활동보조 선생님의 세심한 관리와 배려가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 나라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간병하고 운동시키며 짜증을 낼 법도 한데 항상 웃는 얼굴로 정성을 다하시는 그 덕분에 건강을 회복시키고 있다. 요즘은 함께 나들이를 할 때에도 매달리거나 끌려 다니지 않고 함께 따라 걷고 있다. 여기서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우리집은 평수가 작다. 작고 좁은 공간에서 남들하고 잠시나마 함께하는 생활에 있어서 서로가 불편함이 없다고 하면 이유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긴장도 연속일 때가 많다. 나는 이런 긴장감을 타파하기 위해 선생님께 한마디씩 던지곤 한다. “선생님 노래한자락 불러 드릴까요”하며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한다. “하하. 좋지요.” 딱딱한 분위기는 부드러워진다. “식사는 잘 챙겨야 건강을 지킵니다”라는 사소한 한마디에 믿음이 간다.

 

거리를 나선다. 황당한 장애물들이 많다. 나는 “작은 돌부리 하나도 잘 살피고 조심하세요”하며 당부한다. 항상 불안한 생각이 머리속에 각인되어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는 “아무 걱정 마세요”하며 안심시킨다. 요리 조리 잘 피해가며 목적지까지 잘도 인도하신다.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 활동보조선생님은 “뭘요 내가 고맙지요” 라고하니 이런 말 한마디가 오고가는 서로의 신념이 된다.

누가 먼저 더 잘하기를 기다리기보다 나는 항상 먼저 감사함을 전한다. 서로가 함께 잘하겠다고 노력하다보니 활동보조선생님과의 생활이 한없이 기쁘다. 그래서 날마다 기다려지는것이다.

오늘의 즐겁고 편안한 생활은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전에 함께 일을 했던 여러 활보선생님들의 만남에서 얻어진 교육일 것이다.

 

이전엔 이런 일들도 있었다.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않는 선생님. 산책을 하면서도 상대방과의 통화는 끝날 줄을 모르고 말싸움까지 하신다. 나는 불안하다고 제재도 해보았다.

또 어떠한 선생님은 남편과 자녀들을 내보내고 나니 시간이 조금 늦어졌다고 하며 시간을 미루기도 하였다.

또 다른 선생님께서는 한참 길을 걷다가 잠깐 멈춰보라고 하여 나는 장애물이 나타난 줄 알고서 그 자리에 멈춰섰다. 활동보조선생님은 웬걸 “나 좀 보세요”라며 내 눈을 살피더니“멀쩡한데 왜 보이지 않을까”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함께 움직이며 생활을 하지만 시각장애라는 것을 잃어버리고 착각 속에서 대할 때는 황당할 때가 많았다.

 

활보 선생님들만 그러는가? 나는 과연 선생님들을 어떻게 대접 했는가?

나에게 오셔서 일하시는 시간만은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개념으로 항상 내의지로 내말을 따르라고 하며 사소한 일에도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적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일하는 시간 조율 때문에 많은 신경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생각이 바뀌어졌다.

첫째는 인격적으로 존중심부터 가져주며

둘째는 마음을 비우며 필요이상의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셋째는 함께 있을 때는 항상 웃는 얼굴로 대화하며 상대방이 편안하도록 노력한다.

 

이것은 나만의 준칙일뿐 나에게 잘하길 바라며 되돌아 올 것을 바라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오직 나에게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니 내가 예의를 갖출 뿐이다. 여기까지 올 때는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쳐서 노하우가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얼마전에는 복지관 활동지원사업 담당 선생님께서도 우리집에 방문하여 활동보조에 관한 일상을 자세히 설명해 주어서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바쁜 시간이지만 찾아주신 선생님께도 감사드리며 바람이 있다면 내 인생 마지막 날까지 활동지원사업이 그치지 않고 활동보조인 선생님들과 함께 서로를 이해하며 훈훈한 생활이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다.




[활동보조사업 우수사례 당선작] 이남기 이용자 사진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