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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사업 우수사례 당선작] 이기춘 활동보조인

  • 2015-10-05 17:44
  • 실로암
  • 842

'2014년.. 셋째 딸의 특별한 결혼식'

- 이기춘 활동보조인

 

나에겐 세 명의 딸이 있다. 그 중 셋째 딸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딸이다.


몇 년 전 자영업을 하던 나는 사정이 생겨 모든 일을 접게 되었고 집에서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아내는 시각장애인 활동 보조를 하고 있었는데 아내의 이용자인 한 아가씨를 알게 되었다. 가끔 시간이 될 때면 아내와 함께 만나 식사도 하고, 가볍게 인사를 하는 정도였는데, 시간이 흘러, 얼굴도 마음도 참 예쁜 그 아가씨는 나에게 특별한 셋째 딸이 되었다.


나는 가끔 차를 이용해 아내의 일을 도와주곤 했는데, 이것을 계기로 아내는 나에게 활동보조교육을 받을 것을 권유하였고, 활동보조교육을 이수하여 본격적으로 활동보조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서툴고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차츰 적응을 해 나갔다.


이렇게 내가 활동보조에 익숙해질 무렵, 유독 아내를 잘 따랐던, 얼굴도 마음도 참 예쁜 그 아가씨의 활동보조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와 셋째 딸과의 인연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그 아가씨가 좋은 감정으로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두 사람을 야외 수목원에 데려가서 사진도 찍어주기도 하며 데이트를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점점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어가고 마침내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집이 지방이었고 스스로 결혼준비를 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아내와 내가 함께 준비과정을 도와주기로 했다. 나는 이미 딸 둘과 아들 하나를 결혼시켰지만 준비과정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고 결혼식에만 참석하였기에 두 사람의 결혼준비를 함께 한 것은 나에게 매우 뜻 깊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직접 차를 운전하여 아내와 함께 두 사람을 데리고 다니면서 처음으로 웨딩플래너와 상담도 하고, 예약한 날짜에 맞추어 드레스도 함께 보러갔다. 웨딩숍에서 여러 가지 드레스를 입어보았고, 사진도 찍어주며 두 사람에게 열심히 드레스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입어본 드레스들이 모두 너무 예뻐서 한 가지 드레스를 고르기가 힘들었지만 함께 의견을 모아 결정을 하고나니 무척 흐뭇했다.


결혼식을 준비 하면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우리 딸들과도 의논을 하면서 친자매처럼 잘 지냈고, 그렇게 우리 가족 모두가 의기투합하여, 한복 고르기, 메이크업숍 결정도 무사히 마치고, 웨딩사진 촬영 날에도 나와 아내가 같이 가서 포즈를 잡는 것도 도와주고 사진도 함께 찍었다. 또한 두 사람의 신혼집이 지방이었기 때문에 신혼살림을 준비하고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서 미리 이사도 했다. 바쁜 일정 속에 하루 종일 많은 일을 하느라 다리도 아프고 힘들었지만 자식들 결혼준비 때도 해보지 못한 것들을 직접 경험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보람도 느꼈다.


마침내 결혼식 날이 다가왔고, 결혼식은 대구에서 이루어졌기에 우리부부는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예식장으로 이동했다. 결혼식장에 도착하여 우리가 함께 골라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신부를 보니 정말 아름답고 천사 같은 모습이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식장 한편에서는 우리가 찍어주었던 두 사람의 사진들이 영상으로 흘러갔고, 행복한 두 사람의 시간에 우리가 함께 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비록 혼주석에 우리 부부가 앉아있지는 않았지만, 나의 셋째 딸을 시집보낸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사히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두 사람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뿌듯하기도 했지만, 왠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며칠 후 두 사람이 신혼여행에서 무사히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고, 아내와 나는 밑반찬을 준비하여 신혼집을 방문하였다. 잘 정리된 신혼집과 앞으로 두 사람의 새 일터가 될 잘 차려놓은 안마원을 보고 오니, 불모지에서 잘 적응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했던 마음이 어느새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우리 부부는 두 사람이 잘 살기를 기원하며 나의 예쁜 셋째 딸과 듬직한 사위를 꼭 안아주고 돌아왔다. 그 뒤로도 그 부부는 우리 집이 서울에 있는 친정이라고 하면서 방문하곤 한다.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아내와는 밤늦게까지 잠을 잊은 채 대화를 나눈다. 친정엄마의 마음으로 더 맛있는 반찬을 해주려고 하고, 더욱더 신경써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기쁘고 행복함을 느낀다.


거리가 멀어진 만큼 자주 못 만나지만 앞으로도 계속 기쁠 때나 힘들 때나 항상 연락하면서 지낼 것이다. 활동보조인과 이용자로 만났지만 지금은 가족이 된 셋째 딸과 사위와의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며 앞으로 만나게 될 이용자들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활동보조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2014년 겨울.. 셋째 딸의 결혼식은 나에게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해주었다.




[활동보조사업 우수사례 당선작] 이기춘 활동보조인 사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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