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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지원사업 우수사례공모전 당선작] 신재혁 이용자

  • 2016-06-20 14:23
  • 이하나
  • 1106

장애인 활동지원사업 수기공모전


이용자 신재혁


선생님과는 2015년 6월 1일부터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먼저 저를 도와주시던 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인해 급하게 일을 그만두셔야 하는 상황이셨고 저는 취직을 하여 4일 후에 첫 출근이 잡혀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급한 맘이 앞서 누구라도 연결되었으면 하는 맘에 복지관과 통화를 하였고 하루 만에 선생님이 저를 선택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의 초창기시절부터 쭉 일을 해 오시던 분이셨고 지금도 센터가 아닌 이용자들이 수소문해 직접 부탁을 해 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기억되는 분이셨습니다.


저는 현재 신림동에 모 회사에서 헬스키퍼로 근무 중입니다. 작년 6월 첫 출근으로 실로암 고용지원팀에서 출, 퇴근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나 그 지원 범위가 지하철역을 기점으로 한 회사로의 보행이었기 때문에 나머지(집까지의 이동) 는 저 혼자서 익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방향감각이 좋은 편이고 평소 모험을 즐기는 저는 그 날 역시 선생님께는 따로 부탁드리지 않고 혼자 집까지 이동 중이었습니다. 무사히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쯤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잘 가네. 아주??"

알고 보니 선생님은 제 이동이 걱정되어 가사일을 얼른 마치시고 제 근무지에서부터 저를 몰래 따라오고 계셨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글로는 담을 수 없는 감사함과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 이후에도 매일같이 제 뒤를 몰래 따라붙어 저를 많이 놀래주셨고, 지금도 비가 오면 스케즐이 없음에도 먼저 전화하시어 "오늘 어디 안 가니??, 너 우산 없어서 어떡하니??" 물어봐주시고 날씨가 추워질 것을 몰라 옷을 얇게 입고 간 날이면 퇴근 시간에 맞춰 외투를 가져다 주시곤 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자취생활은 불가피하였고 그 때문에 잠시나마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서 세상을 살아가는 듯한 제 모습을 자화자찬하기도 하였습니다. 언젠가 선생님이 집안일 때문에 하루를 못 오시게 된 날이 있었고 주말을 포함 3일 정도를 혼자 생활해야 했습니다..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보려 해도. 음식물쓰레기를 정리해 버리려 해도. 어느 하나 시원하게 처리할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현재의 내 모습이구나. 선생님께서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참 많이 배려해주시고 계셨구나.' 선생님을 포함한 많은 어른들은 제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라' 라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저는 그 말을 그저 적당히 해줄 말이 없을 때 사용하는 상투적인 말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3일은 익숙해져 감사함을 잊고 살았던 제 자신을 반성하게 해주었고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적다 보니 이렇다 할 에피소드도 아닌 그저 그런 일상을 장황히 적어 놓은 듯 하네요. 하지만 선생님과 저는 이렇게 편안하고 웃음 가득한 일상 속에 지냅니다. 선생님은 관악구에서만 30년 이상 거주하셨고 자칭 본인을 터줏대감이라 말씀하십니다^^ 시간이 남을 때면 선생님이 소개해주시는 여러 맛집들을 돌아다니며 같이 식사도 하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저의 인생 고민들 혹은 어린 저로서는 이해할 수는 없지만 선생님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해관계적인 면으로 보자면 활동보조인과 이용자는 분명 본인부담금과 할당된 시간으로 국한된 사이일 수도 있습니다. 4년 넘게 서비스를 이용하며 느낀 것은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 인데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시간과 돈을 우선시하면 절대로 관계유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도 매일 보면 사소한 트러블이 생기고, 친한 친구 역시 하루 종일 보면 단점을 보게 됩니다. 하물며 금전적인 부분까지 개입되어 있는 이 관계는 더욱이 예민해질 경우가 다분합니다. 이용자는 내가 갑이라는 마인드를 가져서는 안 되며, 활동보조인에게 내 일을 떠맡기는 식의 태도를 취해서도 안 됩니다. 활동보조인 역시 이용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편안해할 수 있도록 항상 주의 깊게 바라봐주는 마인드가 필요한 듯합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는 도덕적인 개념이 완성되었을 때 자동으로 만들어지며 시간과 돈만 생각해서는 절대 관계가 이어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이렇게나마 감사한 마음을 적어볼 수 있게, 또 제 자신을 한 번 더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신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우수사례공모전 당선작] 신재혁 이용자 사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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