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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명함·공보물 읽기 쉽게 해주세요”

  • 2017-04-20 10:45
  • 실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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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공보물 읽기 쉽게 해주세요”

ㆍ제37회 ‘장애인의 날’
ㆍ‘점자 명함’ 만들러 가보니 선거철 맞아 주문량 3배 대부분 정치인들이 의뢰
ㆍ시각장애인 입장에선 ‘물방울 코팅’ 점자보다 ‘천공 방식’이 더 선명

 

경향신문 김원진 기자가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실로암 시각장애인복지관을 방문해 시각장애인용 점자 명함 제작을 위해 점자핀으로 명함에 들어갈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경향신문 김원진 기자가 지난 18일 서울 관악구 실로암 시각장애인복지관을 방문해 시각장애인용 점자 명함 제작을 위해 점자핀으로 명함에 들어갈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 글자 하나랑 전화번호 숫자 하나가 틀렸네요.” 

지난 18일 찾은 서울 관악구 실로암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직접 점자 명함을 만들어 시각장애인 점역교정사 유현서씨(41)에게 건네자 곧바로 지적이 나왔다. 유씨는 기자가 만든점자 명함을 손으로 만져보더니 틀린 부분을 찾아냈다. 

이날 점자 명함 제작에는 종이 뒷면에 압력을 가해 앞면에 점자를 표현하는 천공 방식이 사용됐다. 우선 점자 일람표를 참고해 약 9㎜ 크기의 점자핀으로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를 점자로 표현해 점자판에 꽂았다. 완성된 점자판과 누름판 사이에 일반 명함을 올려놓고 레버를 당겨 압착했더니 점자 명함이 완성됐다. 완성된 명함은 점역교정사가 오자가 없는지 확인했다.

실로암 복지관은 19대 대선을 앞두고 점자 명함 제작으로 분주하다. 선거철이 되면 주고객인 정치인들의 점자 명함 제작 의뢰가 평소보다 3배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점자 명함을 만드는 이들은 정치인들을 제외하곤 드물다. 지난해 실로암 복지관에서 만든 점자 명함 720건도 대부분 구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문한 것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한 달에 평균 20~30건 정도 의뢰가 들어오고 장애인단체에서 대량으로 맡길 때나 선거철이 돼야 주문이 많아진다”며 “점자 명함 보급을 위한 인식 개선 사업도 하고는 있지만 시각장애인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분들이 아니면 여전히 점자 명함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유통되는 대부분의 점자 명함들이 제작 방식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실로암 복지관에서 사용하는 천공 방식은 시각장애인들이 선호하는 점자 명함 제작 방식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명함 제작 회사는 특수 코팅 방식으로 점자 명함을 만든다. 특수 코팅 방식은 명함 위에 점자를 물방울 모양으로 투명하게 코팅하기 때문에 명함이 손상을 덜 입어 비시각장애인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코팅 방식 명함은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불편하다. 유현서씨는 “특수 코팅 방식보다 천공 방식이 훨씬 점자가 선명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오랫동안 선거공보물 제작에 천공 방식의 의무 적용을 요구해왔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시각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 안내물 제작·송달은 의무지만 제작 방식 관련 규정은 없다. 지난해 4월 20대 총선 전후로 시각장애인단체에서 특수 코팅 방식의 점자 선거공보물은 또렷하게 읽을 수 없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9대 대선 점자 선거공보물에는 천공 방식 제작을 장려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19일 “지난해 총선 이후 장애인단체의 요청이 들어왔다”며 “강제할 순 없지만 (각 후보에게) 천공 방식으로 점자 선거공보물을 제작해달라는 안내를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