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온라인 서비스가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과 점자를 배우려는 시각장애인들, 자녀가 실물 교재로 학습을 하길 바라시는 학부모님들 등을 위해 점자책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실로암점자도서관 열람실에서는 독서 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도서관 사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글쓰기 모임과 관악구 지역을 중심으로 독서 동아리가 문을 열었다.
이들 모임은 평소 실로암점자도서관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은 물론 비장애인 이용자들도 섞여 있다. 회원들은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독서 토론 프로그램과 자조 모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엄숙하고 고요한 여느 도서관 열람실과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2000년 개설된 실로암점자도서관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25년째 운영되고 있다. 실로암 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점자도서관은 이곳과 종로구의 한국학생점자도서관 등 총 2곳이 있다.
총 장서 수는 약 6만 권.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작은도서관 보다는 규모가 크지만, 지역 공공도서관보다는 장서 수가 적은 편이다. 4층에 대부분의 장서가 배치돼 있고, 1층은 열람실로 꾸렸다.
실로암점자도서관은 다른 도서관들과 달리 대출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 특성상 도서관을 직접 방문해 책을 대출하기까지 많은 불편함이 따르기 때문이다. 대신 전자도서관 운영 등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전자도서관에서는 책의 내용을 점자와 음성 파일로 만들어 이용자들에게 보급한다. 시각장애인 이용자들은 점자정보단말기나 스마트폰 앱에서 파일을 열어 책을 읽을 수 있다. 점자정보단말기를 이용하면 점자와 음성을 동시에 송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장애인 이용자들에게 책을 무료로 배송하는 '책나래 서비스'나 타 도서관의 소장 자료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상호대차' 등 일반 도서관에서 운영 중인 서비스는 이용이 가능하다.
실로암점자도서관 관계자는 "저희 이용자 분들은 다른 지역보다 젊은 층들이 많다"며 "서울에 와서 공부하는 시각장애인 학생들도 많아 온라인 도서 보급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에 열람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50명 정도 된다"면서 "전자도서관 등 온라인 서비스가 강화하면서 전체 이용객 수는 훨씬 더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점자책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
실로암점자도서관은 온라인 서비스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도 많은 책들이 점자로 번역되고 있다. 점역가들과 교정 전문가들이 책 내용을 점자로 번역을 완료하면, 점자 프린트로 인쇄한다. 소설책의 경우 점자 번역 시간은 빠르면 일주일, 대부분 책은 일주일 이상 걸린다.
일반적인 소설책 한 권을 점자로 번역하면 약 3권으로 분량이 늘어난다. 번역 시간과 분량 등의 이유로 일부 도서들만 점자 번역이 가능한 게 현실이다. 번역 대상 도서는 도서관 내부에서 선정한다. 베스트셀러나 학습 교재 등이 주로 번역 대상이 된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소설가 한강의 대표작 '소년의 온다'는 이미 점자책으로 번역을 완료했다. 소설책 한 권은 3권의 점자책이 돼서 열람실에 자리 잡았다. 시각장애인 이용자들의 독서 취향은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았다. 점자책 '소년의 온다'는 이용자들의 손때가 많이 묻어 있었다.
장애인들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는 여전히 취약하다. 공공도서관 역시 일부 점자 도서들을 구비했다고 해도 비장애인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성과 교육권을 위해서도 역할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점자도서관은 30곳 남짓. 그 마저도 절반 이상은 수도권 지역에 몰려있다.
온라인 서비스에 익숙지 않은 이용자들에게는 점자책 등 실물 자료는 매우 유효하다. 관계자는 "주 이용층에 따라 점자도서관 운영 방식이 다 다르다"면서 "중장년층 이상 어르신 이용자들과 점자를 배우려는 장애인, 실물 교재로 자녀를 교육시키려는 학부모 등을 위해 점자책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전했다.